때로는 내가 할 수 있어도 하지 않는게 좋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 서울역에 아내와 아이를 마중나갔습니다.
날이 많이 춥더라구요.
아기 짐들과 기타 여러 짐들이 있어서 그 짐들을 싣기 위해
서울역 주차장에 주차하고 방문권 하나 끊어서 아내와 아이가 탄 KTX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찬 바람이 얼굴을 때리더군요.
어디 따뜻한 곳에 들어가 있다가 나올까 하다가
시간도 다 되었구 해서 그냥 기다렸습니다.

열차가 들어오고
저를 보고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짐을 내렸습니다.
제가 충분히 들 수 있을 정도의 짐이었는데
나이가 드신 6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와서 자신이 짐을 실어다 주겠다고 그럽니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가지고 가겠다고 했지요.
왜냐하면 돈이 드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주님이 제 안에 그분께 짐을 맡기라고 하시더군요.
그 분께 얼마냐고 물으니 4000원이랍니다.

4000원 적은 돈은 아니지요.
그래도 순간 제 안에 저보다 더 어렵고 이 찬바람 속에서 하루 종일
짐 나르면서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저토록 노력하는 아저씨를 보면서
그 돈 절약하겠다고 제가 드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아저씨는 뭐가 그리도 신나셨는지
싱글벙글하시면서 짐을 레카에다가 싣고 따라오라고 하면서
저희가 주차된 곳까지 열심히 가셨습니다.
가면서도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하루 종일 벌어도 8000원 벌 때가 있다고 하시더군요.

아무튼 그 분의 얼굴에 가득한 웃음과
찬바람 속에서도 열심히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름 감동했습니다.

차에 도착하여 그분에게 4천원 대신 2만원을 손에 쥐어 드렸습니다.
설도 되었는데, 돈이라도 충분하면 가족들에게 고기라도 사 가지고 가실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동안 그 아저씨는 돈을 받고서는 정말 여러번 고개를 숙이시면서 감사하다고 자리를 떠나지를 못하더군요.
제가 오히려 죄송스럽고 그래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세상에는 내가 무엇을 할 능력이 있어도 이웃을 위해 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내 돈 아끼는 것도 좋지만 아끼는 것이 오히려 안 좋을 때가 있습니다.

공동체도 이와 같습니다.
내가 잘한다고 해서 모든 부분을 내가 다 해서는 안 될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세워주는 것이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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