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6장 51-52절
51 한 청년이 벗은 몸에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가다가 무리에게 잡히매
52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하니라.


마가복음을 읽다보면 뜬금없이 왜 이 구절이 들어가 있는 것일까 하는 상상을 해 보게 됩니다.
이 구절은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제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다 도망갔다는 16장 50절 다음에 바로 나오는 구절입니다.
보통의 설교는 이 구절들을 사용하여, 예수를 버리고 도망가는 것과 같은 일이 우리의 삶 가운데 많이 나타나므로, 세상 가운데 환란을 당할지라도 예수를 부인하지 말고 쫓아가자라는 취지의 말씀이 선포됩니다.

그러나, 문맥적으로 볼 때, 마가복음 전체적으로 볼 때 이 구절의 삽입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구절은 다른 공관복음(마태, 누가)에는 없는 독특한 구절입니다.
왜 이 구절들이 들어가 있을까요? 어찌보면 중요하지도 않은 것 같은 이 구절이 왜 꼭 들어가 있었어야 했던 걸까요?
어떤 학자들은 이것이 마가 자신의 모습을 제 3자적 모습으로 표현함으로써 예수를 끝까지 따르지 못했던 자괴감을 드러낸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마가복음의 전체적인 주제는 예수는 고난 받는 종이라는 것입니다.
마가복음은 신기하게도 첫 장에서 예수의 어린 시절을 묘사하지 않고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기적적인 부분들을 적어 놓고 있습니다.
1장 21절부터는 귀신 들린 사람 고친 이야기, 29절부터는 베드로 장모 고친 이야기, 40절부터는 나병환자 고친 이야기, 2장 첫부분은 중풍 병자 고친이야기, 3장 첫 부분은 손 마른 사람 고친 이야기 5장부터는 귀신 들린 사람 고친 이야기 21절 부터는 야이로의 딸 살리고 혈루증 앓는 여인 고친 이야기 등등 정말 많은 기적적인 부분들을 행한 일들이 마가복음 전반부에 적혀져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아래와 같은 구절이 아래에 반복됩니다.
1:33절에 온 동네가 그 문 앞에 모였더라,
1:45절에 사방에서 사람들이 그에게 나아오더라
2:2 많은 사람이 모여서,
3:7절에 큰 무리가 따르며 3:9, 무리가 에워싸 미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4:1 큰 무리가 모여들거늘
5:21 큰 무리가 그에게로 모이거늘
등등, 정말로 많은 부분에서 예수의 기적들을 보며 사람들이 엄청나게 따르고 몰려 왔다는 표현이 적혀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쯤되어서 마가복음의 저자가 제일 처음에서 소개한 구절을 삽입한 의도가 무엇인지 대충 감이 올 줄로 생각됩니다.

예수는 사람들에게 잡히셨을 때, 버림받기 시작하셨습니다.
물론, 그 버림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던 버림이었습니다.
마가복음의 저자는 예수가 잡히셨을 때, 제자들이 도망갔고 바로 뒤에 이어 알몸으로 도망친 청년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특이하게 보이는 그 구절에 집중시켜 예수가 철저하게 버림받았음을 적어 놓은 것입니다.
얼마나 예수를 떠나는 것이 시급했으면 알몸으로 도망쳤겠습니까?
그것을 보는 예수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자신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신속하게 도망치기 위해서 알몸으로 갔던 그 청년...
구약에서는 특히, 알몸을 드러내는 것의 수치스러움에 대해서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율법을 기억하고 있는 이 유대 청년이, 그 율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자신의 수치를 드러내면서까지 도망갔다는 것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예수는 그렇게 버려졌던 것입니다.
철. 저. 하. 게. 버. 려. 졌. 다.
마가복음은 예수는 고난 받는 종에 대해서 기록되어 있는데, 예수가 고난받았고 철저하게 외롭게 버려졌음이 이 구절에서 하이라이트 되어 있습니다.

예수는 우리를 위하여 철저히 버려지셨고, 고난 당하셨고, 외로움 가운데 계셨습니다.
다 우리 때문이죠. 우리의 죄 때문이죠.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이죠.

사순절 기간인 요즘에 예수 그리스도가 어떻게 우리들에게서 버려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시면 더더욱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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